[소설] 관능적인 고딕 동화 : 안젤라 카터의 '피로 물든 방'

옛날에 재밌게 봤던 영화 '늑대의 혈족'에 원작 소설이 있다는 말을 보자마자 난 책을 찾아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얗게 눈이 내린 추운 산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음산하고 몽환적인 영화의 전신인 앤젤라 카터의 늑대 이야기는 읽으면서 아 이게 영화의 그  장면이구나.. 알수있어 찾아읽을때 꽤나 즐거웠다.

고딕 소설의 괴기스러움, 동화의 판타지스러움. 둘다 내가 참 환장하는 분위기인데 둘을 조합해 녹여냈으니 어찌 좋아하지않겠는지.

한마디로 안젤라 카터의 소설은 기괴하고 마술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소재가 어우러져 내 마음에 쏙 든다. 가독성이 다소 떨어질정도로 묘사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그 시각적 미사여구들이 모여 소설 특유의 환상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해야하나?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의 동화를 자기만의 표현 방식으로 재구성해 탄생시킨 이 '영문학의 마녀'의 동화는 굉장히 흥미롭다

1. 피로 물든 방

동화 '푸른 수염'의 재해석. 수수한 피아니스트는 백합같이 창백하고 밀랍인형같이 메마른 후작과 결혼 후 그의 성을 향해 밤의 기차를 달려나간다. 중대한 사안이 걸린 용무가 생긴 후작은 그녀에게 열쇠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며 마지막 작은 열쇠를 사용하지 말라 경고하고 성을 떠난다. 아름다운 성에서 호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알수없는 감정에 북받쳐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후작이 독신이 되고 싶을때마다 들어간다는 비밀의 방의 문을 여는데..


2. 리용 씨의 구혼

한겨울 뷰티의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던 중 몰던 자동차가 틈에 빠져버리고 만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아버지는 팔라디오풍의 마호가니 대저택에 들어서고, 딸에게 주기 위해 흰 장미를 하나 집어든다.

3. 타이거의 신부

레몬나무가 자라는 아름다운 고장에 간 아버지는 대귀족과의 카드게임에서 '크리스마스 장미'라는 별칭을 지닌 딸을 잃는다. 노름질에 미친 도박꾼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관망하듯 보던 그녀는 시종에게 귀족의 요구를 듣게 되는데..


4. 장화신은 괭이

호색한의 청년을 주인으로 두게 된 잔꾀많고 영리한 고양이는 주인을 위해서 뭐든지 다한다. 어느날 주인은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던 중 한 여인을 보게되고 사랑에 빠진다. 이에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생기를 잃어가는 주인을 여자와 이어주기 위한 고양이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5. 마왕

내가 유일하게 이해 못한 단편. 소녀와 숲 한가운데 사는 남자의 밀회와 사랑을 다룬듯


6. 눈의 아이

한겨울, 설원 속으로 승마를 나간 백작 부부는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 새카만 머리의 소녀를 발견한다.


7. 사랑의 집에 사는 귀부인

가장 마음에 들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 루마니아의 사람이 오지않는 유령 마을, 고성에 드라큘라의 후손인 소녀가 산다. 이 흡혈귀 소녀는 노파가 데려오는 먹잇감의 피를 빨며 어둠속에 살아가는데, 어느 날 타로 카드의 점괘에 처음으로 사랑과 죽음이 나온다. 금발의 영국군 장교는 버려진 마을의 분수대에서 목을 축이던 중 노파를 만나게 되는데..


8. 늑대 인간

편찮으신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던 소녀는 늑대와 마주한다


9. 늑대 친구들

빨간 망토 레퍼런스. 옅은 황갈색 머리의 소녀는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나무 딸기 술과 잼을 선물하기위해 겨울 숲길을 헤쳐나간다. 소녀는 덤불에서 잘생긴 사냥꾼을 만나게 되고 키스를 걸고 누가 할머니 집에 더 먼저 도착하는지 게임을 하기로 한다.


10. 늑대ㅡ앨리스

늑대에게 길러진 소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인간의 세상으로 끌려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