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때 만화책방에서 공포만화를 빌려 읽는 것을 좋아했던 일명 호러 덕후였다.
왕방울만한 눈깔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누키 카나코의 책도, 매일같이 이상한 현상을 겪는 시오리와 시미코도 재밌었지만 나는 그중 단언컨대 이토 준지의 만화를 가장 좋아했다. 특유의 독특하고 기괴한 상상력도 그렇지만 또 이토준지식 미남 미녀들이 냉하고 샤프하기로 일가견 있지 않은가 (물론 레미나는 동글동글하다).
앞서 말했듯 이토준지 만화는 무섭다기보단 상상력이 기발하고 괴기스럽다는 말이 더 잘 어울려 호러물을 못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생각한다. 이미 이토준지 만화의 몇몇 에피소드들이나 장면들은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져있는 편이기도 하고. 공포만화의 대가인 이토준지는 수많은 작품을 그려왔는데 그중 유명하거나 내가 재밌어하는 단편들을 소개해보겠다.
1. 소용돌이 시리즈
작가 필생의 역작. 외딴 마을에 소용돌이 모양을 중심으로 한 괴기스러운 현상이 벌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종말을 향해가는 기이하고 음울한 마을의 분위기도 매력적이었고 엔딩도 큰 여운이 남는다.
2. 토미에 시리즈
이토준지가 만들어낸 캐릭터 중에 가장 유명한 토미에
모든 남자들을 홀리는 치명적인 팜므파탈로 왼쪽 눈 아래의 점이 특징인 마성의 악녀
처음에 말했던 이토준지식 날카롭고 도도한 냉미녀의 극치라 생각한다.
3. 공포의 물고기
바다에 사는 심해어들이 기계 발 달고 육지 위를 습격하는 내용
4. 소이치 시리즈
겁나 음침하고 다크서클 심한 개초딩 소이치가 나오는 시리즈. 볼때마다 눈 밑에 연어를 올려주고 싶다.
항상 기분 나쁜 웃음을 달고 살며 인형에게 말을 걸거나 못을 물고 있는 등 온갖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근데 진짜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긴 한것같다
소이치가 악행을 일삼긴하는데, 얘가 초딩인데다 어설픈데가 있어 자기가 되돌려받는 경우도 있어 꽤 귀여워하는 팬들도 몇 있다. 난 아니지만
이 시리즈 중 '패션모델'이라는 에피소드의 모델 후치가 엄청 무섭게 생겼다. 이토준지가 그린 캐릭터 중에 역대급인것같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온것도 봤는데 만화보다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덜해도 얘가 살아움직이니 압박감이 심하더라;
어쨌든 소이치와 후치와의 조우로 소이치 시리즈는 완결이 나는데 이들의 후일담은 '도깨비집의 비밀'에서 볼수있다.
5. 사자의 상사병
가히 토미에의 남자 버전이라 할만한 캐릭터 '사거리의 미소년'이 등장하는 컬렉션
사거리 점을 치는 사람들에게 차갑게 악담을 퍼붓고 홀연히 사라지는 그에 홀려 불행해지는 마을 사람들과
그에 대항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기라 요약하면 너무 단순할까?
6. 미미의 괴담
꿈도 희망도 없는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하이틴스러운 데가 있는 미미의 괴담. 주인공인 미미가 다른 에피소드 등장인물들에 비해 비교적 정상적이고 친근한 성격이기도 하다.
* 이웃집 여자
연립 주택에 사는 미미는 층간소음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윗층 남자한테 항의를 하러간다. 남자는 옆집 사람도 시끄럽다하면 자제하겠다며 옆집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없는듯 대답이 없다. 그때 옆집 문이 열리더니 온몸을 검은색으로 싸매고 가린 여자가 나타난다. 범상치않은 아우라에 당황하는 그들.
며칠 뒤, 윗집의 소음이 사라지고 미미는 공포에 떨고 있는 윗집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도대체 자기 옆집에 여자가 몇명이 사는지도 모르겠고 사소한 소음 하나 없이 적막뿐이라고 소름 끼쳐한다. 그 날밤 윗집에서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리고..
* 해안
바닷가에 놀러간 미미와 친구들
도로 위에 자동차를 세우고 밤에 잠을 청하던 미미는 잠시 깨어났다 흉측한 몰골의 귀신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다음 날 카페의 미녀 알바생이 이 바닷가엔 익사 사고가 많아 물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며 미미의 남사친에게 경고를 하고..
7. 단편
* 기괴한 아미가라 단층
지진때문에 드러난 거대한 단층 속에 사람 모양을 한 수많은 구멍이 발견된다.
그 구멍 중 자기 몸에 딱 맞는 구멍을 보게되면 불가항력적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사람들이 몰려가기 시작한다.
* 글리세리드
집안 대대로 기름이 흘러넘치는 지성 피부를 가진 가족의 이야기
글리세리드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명장면(?)이 있다. 진짜 안 본 눈 삽니다...
* 지옥의 인형 장례식
전세계적으로 어린 아이들이 인형화되어가며 죽는 병이 유행한다.
8. 악령의 머리카락
* 미인박명
때는 세기말로 여학생들이 병약미 넘치게 아름다워진뒤 죽어버리는 병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또래의 여자아이를 죽이면 된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 탈피
치카라는 항상 난동을 피우다 유치원에서 쫗겨나게 된다. 어느 날 유치원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치카라를 발견한 선생님은 자신의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오게 되고, 의사인 아버지는 아이의 피부가 얇아지고 있다며 이상하게 여긴다.
이에 선생님은 치카라의 집에 가정 방문을 하기로 한다. 치카라 집의 현관문이 열리고 물에 흥건히 젖은 치카라의 어머니가 나타난다.
9. 얼굴 도둑
가장 유명한 단편집
* 얼굴 도둑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의 얼굴을 닮아가는 가메이라는 여학생의 이야기. 일부러 닮고 싶은 대상의 사진을 가까이 하거나 쫄래쫄래 쫗아다닌다
* 붉은 실
운명의 끈이 붉은 실로 손가락에 연결되어있다는 설화에서 차용한 에피소드로 주인공의 몸에 붉은 실이 수놓아지기 시작한다
* 조상님
마키다는 정신이 쇠약해진 여자친구를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리사는 거대한 송충이가 나타나는 환각이 생긴 이유를 알게 됨
얼굴 도둑 단편들 중 임팩트 체고...
* 공포의 기구
시라이시의 친한 친구이자 아이돌 스타인 테루미는 자살을 한다
모두가 슬픔에 잠겨있는 가운데 테루미의 유령을 봤다는 소문이 점점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테루미의 얼굴만 허공에 크게 둥둥 떠있는 사진이 찍히고 조작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사람들의 얼굴을 한 대형 기구들이 시라이시와 친구들을 습격한다
10. 지옥탕
* 표착물
짧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던 단편.
바닷가에 거대한 해양 괴생명체의 사체가 표류되어 올라온다
* 울부짖는 배수관
단체로 결벽증에 걸린 까탈스러운 가족들
언니 레이나를 짝사랑해서 따라다니는 남학생 누메이를 업신여긴 엄마와 여동생이 계란을 던지는등 망신을 줘 쫗아낸다.
어느날부터 배수관이 막히기 시작하고, 되려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 바이오 하우스
이상하고 괴기스러운 악식(곱등이라던가..)을 먹는 취미가 있는 사장의 만찬에 초대된 비서
마지막 엔딩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11. 혈옥수
* 혈옥수
피의 열매화라는 주제도 독특하고 서양 드라큘라 느낌이 나는 단편.
한 커플이 산에서 드라이브를 하던 중 차가 고장나게 된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람을 찾아 숲 속을 돌아다니던 중 이상한 아이들의 습격을 받아 도망을 가게 되고
버려진듯한 마을의 한 거대한 저택에 들어가게 되는데..
* 시선
등산을 간 주인공과 친구는 산 속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불행 중 다행인지 수도승들 무리를 만나게 되어 절로 따라가게되는데..
* 다리
음울한 분위기가 좋았던걸로 기억하는 단편.
누구든 좋으니 빨리 와달라는 할머니의 전화로 시골에 내려가게 된 카나코
그 마을엔 특이한 장례풍습이 있는데 바로 시체를 다다미에 두고 강에 떠내려보내고 시체가 다리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성불할수 없게 된다는것.
12. 인형의 집
* 아이스크림 버스
새로 이사간 마을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스크림 버스가 와서 한 미소년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준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먹고 신나서 버스 타고 동네 한바퀴 도는게 일상이 되고 소노하라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 꿈속의 주민
소설가인 남자친구 유우지가 3일간 잠도 자지 못한 초췌한 모습으로 카페에 나타난다. 남자친구가 꿈 속에 사는 또다른 내가 현실로 나오려 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자 마리는 유우지의 집으로 향한다. 유우지는 이제 자신도 한계에 가까워졌다며 테이프로 자기를 묶어달라한다.
* 인형의 집
인형사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유랑하며 살던 형제.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고 형은 집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하루히코는 집안의 가장이 됨.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가던 와중 어렸을때 집을 나간 형으로부터 초대하는 편지를 받고 형의 집에 가게 됨
13. 길 없는 거리
* 길 없는 거리
꿈에 나타나서 자기에게 고백을 하는 같은 반 남자아이. 어느 날 꿈에서 살인마가 남자아이를 죽이는것을 보게되고 다음날 실제로 그 남자아이가 진짜 살해당했다는것을 알게됨.
그후 여주는 가족들이 자신의 방을 감시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지쳐 이모가 살고 있는 마을로 떠나는데.. 이모가 살고 있는 마을이 이상하다.
* 지도 마을
신혼 여행을 떠난 커플이 아무 역에나 내리고 머물기로 하는데 그 마을에 지도가 엄청 많음.. 알고보니 이 마을의 사람들은 신의 장난으로 방향 감각을 잃어 지도 없이는 길을 찾을수가 없다함
* 사이렌 마을
혈옥수처럼 드물게 서양 오컬트 같은 스토리.
쿄이치는 고향인 시로베 마을로 돌아와 공장에서 일하라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 날밤 쿄이치는 방 창문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게 되고 의아해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마을엔 새 촌장이 득세해 있고, 분위기는 황폐해져있다.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어머니를 뒤로 하고 마을로 나가보니 어릴적 친구인 유카리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 사이렌 소리가 난다고 울부짖더니 사라진다.
결론 : 항상 이어폰을 가지고 다니자
14. 시나리오대로의 사랑
* 학대
어릴적 악랄하게 괴롭혔던 소년이 멋진 남자로 성장해 자신에게 청혼을 해온다.
이토준지 만화 중 손꼽히는 명엔딩...
* 시나리오대로의 사랑
카사노바인 남자친구한테 버림받은 주인공. 남자친구는 자기가 찍어놓은 비디오를 주며 외로움을 달래라하는데..
15. 괴기 서커스
* 괴기 서커스
마을에 유랑 서커스단이 왔다.
공원에서 봤던 예쁜 소녀가 서커스 단원일거라 생각하고 홀리듯이 서커스를 구경하러간 남자아이들.
이내 서커스의 막이 열리고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생기게 되는데..
* 묘지촌
전학 간 마을이 이상하니 한번 놀러오라는 친구의 편지를 받은 갸오루는 오빠와 함께 새 차를 타고 마을로 떠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사람을 치게되고.. 오빠는 시체를 유기할 목적으로 트렁크에 사람을 실은 채 마을로 향한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의 도로 한복판에 묘비가 세워져있고, 장소 불문하고 마을 사람이 죽은 위치에 묘지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 이웃집 창문
새로 이사간 집값이 싼 저택. 가족들과 이웃에게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던 히로시는 옆집의 하나밖에 없는 창문이 2층 방 창문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이상한 집의 여주인은 이웃들과 왕래도 없고 별나단 소리를 듣게 된다.
그 날 밤 자고 있던 히로시는 창문 너머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는데..
정말 이웃집 여자는 그로테스크함에서 후치와 투탑을 달린다
그 외에도 기억, 굉음, 오시키리 시리즈, 초자연 전학생, 기나긴 꿈, 동상, 중고 레코드 등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만화카페 가서 한 권씩 끼워서 보면 재밌으리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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